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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사기의 전형 다섯 가지…수법은 진화해도 뼈대는 같다

이메일 한 통에 대금이 사라지고, 서류 한 장에 화물이 넘어간다. 무역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기의 다섯 가지 전형과, 각각을 막는 실무 절차를 정리한다.

오늘은 무역 거래 리스크 실무에 다녀왔습니다.
무역사기의 전형 다섯 가지…수법은 진화해도 뼈대는 같다 대표 이미지

무역사기는 기술이 아니라 패턴이다. 수법의 포장은 해마다 바뀌지만 뼈대는 다섯 가지로 수렴한다. 패턴을 알아 두면, 낯선 상황에서도 “이건 몇 번 유형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대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

다섯 가지 전형

① 계좌 변경 이메일 (이메일 무역사기), 가장 흔하고 가장 아프다. 거래처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하거나 비슷한 주소를 만들어, 결제 직전에 “은행 계좌가 바뀌었다”는 메일을 보낸다. 오간 거래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문면으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방어는 채널 분리 하나뿐이다, 계좌 변경 요청은 메일 회신이 아니라, 기존에 알던 전화번호로 직접 확인한다.

② 선금 편취,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가격을 제시하고 선금(보증금·수수료 명목 포함)을 받은 뒤 잠적한다. 실체 없는 회사가 많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첫 거래에서 전액 선금(T/T 100% 선지급)을 요구하는 상대는 그 자체로 경고 신호다.

③ 서류 위조, 위조 으로 대금을 청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화물의 서류를 은행에 해 대금을 챙긴다. 서류가 돈과 맞바꿔지는 무역의 구조를 역이용하는 수법이다. 선사·포워더에게 B/L 번호로 실제 선적 여부를 조회하는 절차가 방어선이 된다.

④ 품질 바꿔치기, 샘플은 정품, 본선적은 불량품·저급품. 도착 후에야 드러나므로 대금은 이미 넘어가 있다. 선적 전 제3자 검품(PSI)을 계약 조건에 넣는 것이 표준적 안전장치다.

⑤ 결제 조건 트집, 물건을 받은 뒤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대폭 할인을 요구하거나, 서류의 자구 하나를 문제 삼아 지급을 거절한다. 계약서의 품질 판정 기준·클레임 절차를 미리 명문화해 두지 않으면 협상력은 화물을 이미 넘긴 쪽이 잃는다.

공통 방어 절차

  • 01

    상대 실체 확인

    첫 거래 전 신용조사 보고서, 사업자 등록·법인 실체, 무역보험공사의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 등으로 상대를 확인한다. 소액 시험 거래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 02

    결제 구조로 방어

    신용이 쌓이기 전에는 신용장 또는 무역보험을 결제 구조에 넣는다. 수수료는 사기 피해액에 비하면 보험료다.

  • 03

    변경은 채널 분리로

    계좌·조건 변경 요청은 반드시 별도 채널(기존 전화번호·영상통화)로 재확인한다. 메일 안에서의 확인은 확인이 아니다.

숫자로 보면, 다섯이 아니라 일곱이다

여기까지가 현장에서 굳어진 분류다. 그런데 실제 접수 통계를 만든 기관은 조금 다르게 센다. KOTRA가 경찰청·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낸 「2024 무역사기 예방 및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 세계 KOTRA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우리 기업 대상 무역사기는 118건이었다.

유형2023년 접수
서류위조29건
선적불량25건
결제사기20건
이메일사기17건
금품사기15건
기타10건
불법체류2건

접수 건수 자체는 2020년 160건, 2021년 130건, 2022년 125건, 2023년 118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매뉴얼은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명히 적어 두었다. 무역관에 신고되지 않고 조용히 손실로 처리되는 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불법체류라는 항목이다. 바이어로 위장해 유리한 조건을 제안한 뒤, 공장 방문을 구실로 비자 초청장을 받아 입국해서 잠적하는 유형이다. 금전이 아니라 입국 자격을 노리는 사기라서, 위의 다섯 전형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건수는 적지만 초청한 기업이 지는 책임은 가볍지 않다.

실무에서 틀리기 쉬운 지점

첫째, 돈만 지키면 된다고 보는 것. 위 표의 불법체류가 그 반례다. 비자 초청장은 회사 이름으로 나가는 문서이고, 초청받은 사람이 잠적하면 그 뒤처리는 초청한 쪽의 몫이다. 「대금을 받기 전에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성립하지 않는 자리가 있다.

둘째, 서류위조를 은행이 걸러 줄 것이라 믿는 것. 접수 1위가 서류위조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은 서류의 문면을 심사하지 실물을 확인하지 않는다. 선하증권이라면 선사나 포워더에게 B/L 번호로 실제 선적 여부를 직접 조회하는 절차가 방어선이며, 이것은 은행이 대신해 주지 않는다.

셋째, 「접수 건수가 줄고 있으니 나아졌다」고 읽는 것. 매뉴얼이 스스로 밝히듯 이 숫자는 신고된 것만 센 것이다. 통계의 감소는 사기의 감소일 수도, 신고의 감소일 수도 있다. 접수 통계를 안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넷째, 확인 절차를 상대에 대한 결례로 여기는 것. 매뉴얼은 거래 전 조사를 필수로 못박는다. KOTRA의 해외 수입업체 연락처 확인, 무역보험공사의 국외기업 신용조사가 그 통로다. 신흥국·대형 거래·첫 거래라면 신용장이나 무역보험 같은 안전장치를 결제 구조에 넣으라는 것도 같은 문서의 권고다. 정상적인 거래처는 이 절차를 문제 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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